TISTORY 2.0 앱 업데이트 후기 - 갈 길이 구만 리
2019년 12월 9일, 티스토리가 새로운 앱 업데이트를 발표했습니다. 오랜 기간 기초적인 유지보수만 할 뿐, 새로운 기능이 추가되지 않은 채 방치되고 있었는데요. 이번 업데이트로 새 에디터와 모바일 에디터 간의 일부 호환이 가능하게 되는 등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최근 트렌드에 맞춘 UI 디자인
이전 앱과는 달리 요즘 UI 트렌드에 맞는 앱이 제공됩니다. 물론 이전 앱도 2015년 다음커뮤니케이션즈 앱들이 대부분 그랬듯, 꽤나 깔끔한 UI를 보여주었으나 이번 앱은 최신 트렌드에 맞게 글자도 큼직큼직해지고, 카드형 UI를 채용하며, 용이한 탐색을 위해 주요 버튼을 하단에 배치하는 대신 햄버거 메뉴는 사용하지 않는 등 조금 더 '요즘 앱' 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히 블로그를 관리하는 입장에서 보면, 첫 화면에서 별로 좋은 그래프 모양은 아니지만 통계를 바로바로 확인할 수 있는 점이 좋아졌습니다. 이전에는 인기 글 보기가 기본 값이었고, 바꿀 수 없었기 때문에 자신의 블로그의 정보를 보러 왔다 해도 한 차례 햄버거 메뉴를 거쳐야만 했습니다. (* 물론, 당시에는 글쓰기 버튼이 오른쪽 하단에 버블형으로 있었기 때문에 글을 쓰는 데는 문제가 없었습니다.)
글쓰기 화면도 깔끔해졌는데, 이미지 / 서식 / 정렬 세 가지로 정리한 다음 서식 관련으로 수정할 사항이 있으면 눌러서 바꾸는 방법으로 바뀌었습니다. 하단에 많은 요소가 차지하고 있어 난잡했던 과거와 확실히 다른 점입니다.
그런데, 말도 많고 탈도 많아진 글쓰기
네이버 블로그도, 이글루스 블로그도 그렇지만 많은 블로그 앱이 모바일 환경에서의 글쓰기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물론, PC 에디터와의 호환성을 갖추기 위한 노력도 아낌없이 하고 있고요. 티스토리도 마찬가지여서 이번에 도입된 새 에디터와 새로 리뉴얼한 앱은 상호 호환이 가능합니다. 네이버 블로그는 진작에 이룬 일이라 많이 비교되지만, 험난한 길 끝에라도 가능하게 된 점은 칭찬할만합니다. 특히 HTML 편집을 지원하면서 모바일 - PC 동시 편집은 힘든 일이었을 거라 짐작합니다.
기존 글쓰기 환경은 글쓰기 자체는 가능했으나 상당히 고된 일이었습니다. PC 에디터와는 다른 태그를 사용하는 바람에 PC 에디터로 최종 다듬을 때도 HTML 코드 수정을 해줘야만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특히, 아래 예시가 가장 성가셨습니다.
<small></small>
<big></big>
위 두 태그를 이용해 글자 크기를 조절하도록 만든 탓에 종종 HTML 코드가 꼬여서 똑같이 중간 사이즈로 글을 적어놓았는데 서로 글자 크기가 다르게 나타나는 겁니다. 그 외에도 어떤 구조로 되어 있었는지는 몰라도 글자 색상을 바꿀 때 선택한 부분만 바뀌지 않고 문단 전체가 바뀐다던가, 그런 잔 버그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오히려 이번 에디터 환경에서 나아진 점도 있을 정도입니다. 이제는 정 이상하게 꼬였다 싶으면 PC 에디터에서 수정해도 다시 모바일에서 수정할 수 있으니까요.
기존 앱 버그도 많았으니, 아무리 오랜 기간 새 에디터와 함께 개발해 왔다고 해도 이 앱에 버그가 없을 리 없습니다. 실제 나온 극초기 v2.0.0 판의 경우에는 더더욱 심각해서, 아직도 Beta를 달고 나오는 이글루스 앱의 초창기 판보다 못한 모습을 보여주었으니까요. 당시에는 안드로이드 9 Pie 환경에서 새 글을 쓸 때 이미지 첨부를 할 수 없는 버그가 있었습니다. 바로 위 사진과 동일한 상황이, 안드로이드 10 환경이 아닌 2019년 출시된 대부분의 스마트폰이 탑재한 안드로이드 9 파이 환경에서 나타났던 겁니다.
지금은 여러차례 작은 판올림을 통해서 잔 벌레를 차차 퇴치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만은, 아직도 몇몇 황당한 버그를 목격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에디터만 한정해서 예를 들면,
- 위 사진처럼 안드로이드 10에서는 아예 사진을 불러오질 못해서 첨부를 못한다거나
- 모바일 에디터에서 쓴 글이고 단 한 번도 PC 에디터에서 수정한 적이 없는데 서체를 바꾼 부분이 모바일 앱에서는 편집할 수 없는 HTML 영역으로 표시된다던지,
- 특정 부분에서 [제목] 크기로 변경했을 때 [본문]으로 설정된 부분도 같이 제목으로 설정이 된다던지,
- 엔터를 쳐도 [제목] 서식으로 작성한 줄의 다음 줄이 자동으로 [본문] 서식으로 설정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던지,
- PC 에디터에서 서체 변경 혹은 글자 크기 변경만 했을 뿐인데 HTML 편집을 한 것처럼 표시된다던지,
하는 다양한 버그로 글을 쓰는데 문제가 많이 있습니다. 특히 안드로이드 10의 경우 출시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최근 앱의 경우에는 빠른 대응으로 이미 많은 앱들이 버그 없이 사용 가능한데 티스토리의 경우 어떤 구조인지 명확히 알 수는 없지만 안드로이드 10에 대응하지 못해 사진 첨부가 안 되는 점이 치명적입니다. 다행히 이미지를 넣은 글 자체는 수정할 수 있는데, 그 글에도 이미지 추가는 불가능하므로 어려운 상황인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이외에도 다음 기능이 삭제되어 쓸 수 없었습니다.
- 에디터에서 방법이 막히면서 꼼수로 쓸 수 있었던 과거로의 예약 발행
- 임시 저장 기능
- 위치(장소) 첨부 기능
기존 앱에서의 장소 첨부 기능이야 글 하나에 한 장소만 추가할 수 있어서 있으나 마나인 기능이었다고는 해도, 임시 저장이 사라진 것은 상당히 당황스러웠습니다. 이글루스가 첫 베타를 내놓았을 때도 임시 저장 기능이 있었을 만큼 임시 저장 기능은 글을 쓴다면 상당히 소중하고 필요한 기능입니다. 특히나 정식이랍시고 내놓은 이 버전이 오픈 베타만도 못하다면요.
게다가 PC 에디터와의 통합을 주장하지만 아래 항목은 편집이 여전히 불가능했습니다.
- 리스트
- 표
- HTML로 수정한 부분
- 펼치기 / 접기
- 구분선
- 인용
- 지도
- 동영상
- 파일
위 항목을 현재 수정할 수 없는 상황인데, 보다시피 다른 블로그 에디터에서는 지원하고, 심지어 자사 앱인 '브런치'에서도 사용 가능한 구분선을 수정은 물론이고 삽입도 할 수 없습니다. 있었다가 빠져버린 지도 첨부는 물론이고, 언젠가 추가할 것처럼 말했던 동영상이나 파일 첨부도 여전히 불가능합니다. 에버노트도 지원하는 리스트가 안 되는 건 덤입니다.
이럴 거면 새 에디터에도 여전히 주석 기능 남겨두지 그랬나, 싶습니다. 사실 URL 창 구현하듯 하면 될 일이라 그다지 어렵지는 않을 것 같은데, 새 에디터로 바뀔 때 없어지면서 그동안 주석으로 주저리주저리 사족을 달던 습관을 완전히 고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호환성을 위해서 바꿨다면서 아직도 안 되는 부분이 태반이니, 별로 기분이 좋지 않습니다.
그래도 이번 에디터에 PC 에디터 호환 외에 좋아진 점도 있습니다.
일단, 하나의 아이콘으로 통합한 서식 기능이 상당히 강력해졌습니다.
과거 에디터에서 글꼴은 하나로 고정이었고, 글자 크기도 크게 - 중간 - 작게 3단계만 가능했습니다. 이마저도 실제 PC에서 모바일 에디터로 쓴 글을 보면 일부 테마에서는 PC 에디터에서 쓴 것에 비해 상당히 작게 보이는 등 PC 에디터와는 완전히 따로 노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에디터의 경우 드디어 고딕 이외의 글꼴인, 본명조를 지원합니다. 새 에디터 론칭 당시에는 본고딕, 나눔고딕 외에도 명조체도 두 가지였는데, 본명조만 남은 것은 분명 아쉬운 점이긴 합니다. 하지만 어쨌든 글꼴 종류가 늘어난 것 자체는 좋습니다.
글자 크기도 세분화되어서 이제 큰 글씨 - 중간 - 작은 글씨의 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제목 크기도 여러가지로 변경 가능하고, 본문도 기본 크기뿐만 아니라 좀 더 작게 하거나 약간 크게 만드는 게 가능합니다. (* 참고로 현재 기본 값은 본문 2입니다.)
글자 색도 다양하게 지정할 수 있어서, 원래도 다양하긴 했지만 다소 부족한 감이 있었던 색상도 많이 보강되었습니다. 특히 연한 색상과 많이 짙은 색상이 보강되어 디자이너는 괴롭겠지만 화려하고 다채로운 글도 마음만 먹으면 모바일에서 쓰는 게 가능할 것만 같네요.
사진 에디터는 예전 앱과 달리 좀 따로 노는 느낌이 강합니다. 새 에디터랑 매우 유사한 포토에디터를 가지고 있는데, 기능이 조금 빠졌습니다. 텍스트와 워터마크 기능이 그 예이고, 채도 조정 등도 빠졌습니다.
사실 나중에 새 에디터 관련 글을 쓸 때 한꺼번에 얘기하겠지만, 티스토리의 새 포토에디터는 몇몇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질 않는지라 사실상 없는 취급을 하고 있습니다. 부분 모자이크가 가능했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일부 블러 처리, 그것도 강도를 조절할 수 없는 블러 처리만 가능하고, 텍스트 글꼴도 마음대로 정할 수 없으며, 워터마크를 텍스트로 만드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런데 그런 불편한 에디터의 열화판이 앱으로 들어왔습니다.
앱 이야기로 돌아와서, 이 빈약한 포토에디터는 다행히 이전 판 앱보다 떨어지는 능력을 갖도록 바뀌진 않았습니다. 바꿔 말해, UI만 바뀐 것 같습니다. 깔끔해지긴 했지만, 무려 2014년에 언급했던, 아이폰에는 있는 워터마크 기능은 여전히 안드로이드에서 찾아볼 수 없습니다. 6년 동안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차근차근 찾아뵙기로 했던 새로운 기능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요.
그래도 좋아진 통계
그동안 티스토리가 통계를 전반적으로 개편한 이후, 티스토리 앱과 웹 관리자 화면은 통계가 따로 놀았습니다. 물론 비슷하게, 혹은 동일하게 나오는 부분도 있었지만 아무래도 새로운 통계의 많은 기능을 활용하지 못했던 점은 단점이었습니다.
이제 그 부분이 개선되어, 기존 통계 기능은 보기 좋게 만들고 개별 글 통계도 볼 수 있게 변경되었습니다. 지금 위 사진에는 나와있지 않지만 유입 로그나 키워드도 저 몇 개만 보여주고 마는 것이 아니라, 카드를 누르면 이전처럼 촤르륵, 하고 리스트가 나타나게 변경되었으며 보여주는 양도 늘었습니다.
개별 글 통계의 경우 이제야 제대로 지원합니다. 제 블로그가 수능을 이유로 쉬는 동안 유입이 많이 떨어진 결과 네이버에서 더 이상 검색되지 않게 바뀌었는데, 그 부분까지 명확히 잡아서 다음 / 구글 / 빙에서만 유입이 있다는 걸 명확하게 보여줍니다.
UI도 깔끔하게 변한 게 직관적이고 마음에 듭니다.
보다 깔끔하게 변한 블로그 관리
블로그 관리 기능에는 별로 차이가 없었습니다. 여전히 편집은 안 되지만 카테고리를 볼 수 있고, 블로그 이름과 설명을 편집할 수 있으며, 프로필 사진을 새로 업로드할 수도 있었습니다.
UI가 상당히 좋게 변했고, 공지 글을 볼 수 있게 된 점은 나름 큰 변화입니다. 여전히 '페이지'로 발행한 글은 통계도 볼 수 있는데 정작 '찾을 수 없는 페이지'라고 주장하는 게 흠이긴 합니다만은 기본적으로 만족할만한 모양새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검색 기능이 빠졌는지는 모르겠습니다. UI 상 넣을 공간이 없어 보이긴 하는데, 원래 있던 기능을 없애니 조금 당황스러웠습니다.
크게 후퇴한 티스토리의 '이야기'
현재 티스토리는 '스토리'라는 이름으로 발행 글을 모아서 보여주고 있습니다. 몇 번의 개편을 거쳐 지금은 PC 웹페이지가 상당히 볼품없게 변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포럼과 함께 티스토리 사용자들이 모이는 곳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앱을 개편하면서 전체 검색 기능을 비롯, 더이상 '스토리'를 볼 수 없게 되어버렸습니다. 발행은 되는데, 그게 '스토리'에도 뜨는지 확인하려면 모바일 웹을 열어야 합니다. 다행히 피드는 살아 있어서 구독해 둔 사람의 글은 언제든지 넘나들며 볼 수 있지만, 검색도 불가능하고 스토리도 이젠 열리지 않으니 새로운 구독을 하기는 어려워졌습니다.
언젠가 다시 추가한다고도 말했고, 경청하겠다고도 말하긴 했지만, 글쎄요. 이미 6년 가까이 약속을 지키지 않으며 업데이트를 미뤘고, 이런저런 불편한 점에 대한 목소리를 듣고도 고치지 않는 티스토리의 현주소를 본다면 믿을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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