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2025 회고: 과유불급, 수미상관 그리고 유종의 미 (2)
어느덧 2026년의 1분기도 지나가고, 4월도 끝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2024년 회고를 남길 때 2025년 회고도 곧 올리겠다고 했는데, 더 늦기 전에 2025년의 발자취를 남기고자 간략하게나마 글을 잇습니다. 꼭 내년에는 제때 남기겠다는 다짐을 해 봅니다.
2025년 1분기: 휴식이 필요해
2024년 2학기 캡스톤디자인을 통해 졸업작품을 설계하고, 본격적으로 프로젝트 개발에 들어가야 하는 1분기였지만 다소 지쳐있었습니다. 해야만 하는 일들을 진행하지 못하면서 몇 가지 일이 후순위로 밀려난 탓에, 방학 중 예정되어 있었던 SUSC 웹사이트 개편 프로젝트도 디자인 초안만이 겨우 나온 채로 중단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벼락과 같은 기세로 마이크로디그리를 받다

그래도 모든 일을 뒤로 한 것은 아니었고, DSC공유대학을 통해 온라인으로 진행 중이던 마이크로디그리 과정인 감성UX과정을 2025년 2월 말까지 마무리하기 위해 1월에 총 6학점을 수강했습니다. 감성공학과 UX 디자인 두 과목이었는데, 앞서 들었던 휴먼데이터분석이 Python 프로그래밍에 가까웠던 대비 이 과목은 디자인학과에서 수강하는 내용과 일치하는 부분이어서 성적과 관계 없이 목적에 부합하기에 만족스러웠습니다.
한편, DSC공유대학의 마이크로디그리 과정은 학내 다른 소전공과 달리 12학점이 아닌 9학점만 들어도 이수할 수 있고, [각주:1] 계절학기라도 수업료가 면제되는 장점이 있으나 대신 반드시 CSS 또는 Python 과목을 하나는 들어야 한다는 점에서 깊이감이 충족되지 않아 교육과정으로서는 상당히 아쉬웠습니다. 특히, HCI 교과목(Human Computer Interaction, 인간-컴퓨터 상호작용)은 꼭 듣고 싶은 교과목이었으나 마이크로디그리로는 수강이 제한되어 있었습니다. 다만, 공유대학 특성상 복수 전공만으로 운영되고 원 소속 대학과 학과가 있는 교수님께서 수업하시니, 많은 과목을 운영할 수 없는 한계가 있었으리라 짐작할 뿐입니다.
여담으로 HCI 과목은 사실 대학에서 듣고 싶었던 교과목 중 하나였지만, 여러가지 벽에 부딪혀 쉽지 않았습니다.
- 스마트휴먼인터페이스전공이 개설된 DSC공유대학은 2024년 시점 정책 개편으로 일몰을 앞두고 있었고, 모빌리티 산업 특화라는 특수성에 맞춰 개설된 전공이기에 디자인 전공이더라도 자동차 관련 내용을 필수로 들어야 하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또한, 주전공이 졸업작품과 논문을 단독으로 제작, 작성, 발표할 것을 권장하는 상황에서 복수전공은 쉽지 않은 선택이었습니다.
- 주전공에도 HCI 프로그래밍이라는 교과목이 존재하나, 적어도 2024년 ~ 2025년 시점까지는 Unity 프로그래밍으로 진행되었다는 강의 후기를 통해 이론보다는 프로그래밍, 특히 게임에 특화된 내용으로 판단하여 원하는 내용이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이 교과목이 안정적으로 본래의 과목명에 맞게 HCI 이론과 실습을 모두 도입한 강의 계획을 갖춘 것은 졸업 이후인 2026년 1학기의 일입니다.
- 학점교류를 통해 접할 수 있는 충남대학교의 컴퓨터융합학부에도 HCI가 개설되어 있어 영어 강의에도 불구 수강을 타진하였으나, 실습이 포함되는 교과목으로서 수용 인원이 적어 충남대학교 측에서 난색을 표하였습니다.
- 그 외 대학에서는 과목이 개설되어 있지 않거나, 게임학과 개설 과목으로서 게임 개발 도구 사용을 요구하기에 주전공의 과목과 큰 차이가 없을 뿐더러 실습 과목이라는 이유로 난색을 표했습니다.
대신하여 UX디자인을 고려했을 때에는 디자인학과 과목으로서 선수과목의 벽에 부딪혀 계획적인 교과목 설계가 필요했습니다.
때문에, 다소 늦었지만 현 시점(2026년 4월)에 K-MOOC 플랫폼을 통해 휴먼 컴퓨터 인터페이스(상명대학교, 2021) 과목을 수강함으로서 이론적인 부분을 대체하고 있습니다.
이때의 계절학기를 끝으로 감성UX과정을 수료하였는데, 직후 DSC공유대학의 일몰과 연계하여 예산 축소가 이루어져 2025년 1학기부터는 마이크로디그리 수료자 대상 장학금이 지급되지 않는 방향으로 변경되었습니다. 의도했던 것은 아니지만, RISE 사업과 연계해 2025년 공유대학 상황이 상당히 혼란스럽게 돌아갔던 점을 생각하면 마이크로디그리 과정에 참가하고도 이수마저 어려울 뻔했던 지라 약간은 안도했던 기억이 납니다.
프로젝트 수를 늘려서 실력이 성장하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 밖에도 우분투한국커뮤니티의 일은 비교적 덜 복잡한 편이라서 그나마 기한 내 처리하고, GDGoC 활동에서 진행되었던 프로토타입 제작 건은 다소 지연되었습니다. 본래 프로토타입 제작을 통해 Solutions Challenge에 제출할 프로젝트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이 프로그램의 골자였지만, 아쉽게도 Solutions Challenge에는 다른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로 하여 기존 프로토타입을 사용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이때 여전히 지친 상태가 해소되지 않아 어려움이 많았음을 고려하면, 그대로 유지하고 프로토타입을 발전시키는 방향이 완성도 측면에서 훨씬 나았으리란 판단이 듭니다.
Solutions Challenge 과정은 저의 부족이 컸지만 교내 역량이나 그 밖의 한계에 따른 아쉬움도 다소 있었습니다. 이때 AI 부문 멤버 수에 비해 프론트엔드 희망자가 부족하여 부득이하게 기존 역량을 살려 프론트엔드 및 전체 서비스 배포 작업에 참가하였는데, 백엔드 개발자 두 명의 작업량을 프론트엔드 개발자 한 명이 대응하는 구성으로 인해 약간의 부하가 있었습니다.
백엔드 개발자 중 한 분이 도와주시고자 하셨으나 AI 모델을 이용한 코드 생성 과정에서 환경 변수가 사전 고지 없이 변경되는 등의 상황으로 인해 검토와 대응에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까닭에 추가적인 도움은 거절하였는데, 당시의 대응에 대해서는 아슬아슬했다고 생각이 들어 특히 후회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그 밖에도 충분히 공들이지 못한 디자인, Tanstack Start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추가적인 지연, 학습이나 fine-tuning을 거치지 않고 프롬프트만 수정하여 Gemini 2.5 Pro를 도입했던 AI 영역, 마감 당일 급하게 완성된 발표 자료 등 다방면에서 아쉬운 프로젝트였습니다.Never Ending Project
졸업 작품 이야기를 해 보자면, 지난해 캡스톤 디자인에서 교수님께서 조언해 주시기를 난도가 매우 높은 또는 반대로 너무 낮은 프로젝트가 될 우려가 있고, 그렇지 않아도 다른 사람이 이해하기 어려움이 많을 것 같다는 의견을 들었습니다. 학과 특성상 최대 2인으로 구성된 팀을 갖출 수 있었지만, 친한 동기와 함께 진행하기에는 서로 프로젝트의 주제가 겹치는 부분이 없다는 점, 2인 팀에는 그만큼 기대치가 올라가는 점 등을 고려하면 쉬이 다른 주제를 선택하기 망설여 지는 부분들이 있었습니다.
제가 선택했던 주제는 Weblate, Pontoon, Crowdin과 같은 지역화 관리 플랫폼을 간단하게 새로 만들어서 기존 기능을 개선하는 안이었습니다. 때문에 오픈소스 프로젝트의 번역 문화에 대해 알지 못하는 사람이 이해하기 어렵다는 조언을 받은 것이었고, '간단하게' 하기에는 신경써야 할 부분들이 많았습니다. 용어집, 권한 관리, 번역 문자열과 결과물 관리, 프로젝트 관리, 문서 관리 등이 모두 한 화면에 들어가야 하니까요. 그래서 어쩌면 직접 구현해야 할 규모에 압도되었는지도 모릅니다. 개발 개시 시점이 너무 늦어진 것입니다.
적어도 1학기 산학캡스톤디자인 시작 시점에는 최소한의 기초적인 기능이 구현되어 있었어야 하나, 3월 초 디자인만이 완성되어 있을 뿐 개발에는 진척이 없었습니다. 과목 자체의 상황으로 보면 이름과 다르게 산업체에서 참여하는 것은 아니었고, 동료 평가, 그러니까 같은 수업을 듣는 학부생 간의 피드백을 통해 작품의 방향성을 조정하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러나 1주차부터 교수님의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이 현실화되어, 개발보다 설명 자료를 만들고 간략화하는데 더 많은 시간을 쏟아야만 간신히 피드백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2025년 2분기: 심지어 기말 과제가 2개라고요? 아
1학기에는 총 11학점을 수강하였는데, 산학캡스톤디자인과 2학점의 '리터러시' 교양 과목, 그리고 네트워크 프로그래밍과 임베디드 소프트웨어였습니다. 본래 두 실습 과목은 3학년에 수강을 희망했던 과목이었지만, 4학년에 편성되어 수강신청이 쉽지 않았던지라 예정대로 들었고, 당연히 기말 과제가 2개가 되어 항시 크고 작은 프로젝트를 3~5개 해야 하는 때에 놓였습니다. 학교 기숙사에 머무는 시간보다 본가로 돌아가 지내는 시간이 길었는데, 이번 학기에는 기숙사에 머무를 생각이 없었으나 현실적으로 일주일에 두 세번 왕복 6시간을 통학에 사용하는 것은 지지를 얻기 어려웠기에 타협한 결과였습니다. 다만 지금 생각해 보면, 힘들더라도 밀어붙이는 편이 좋지 않았나 여전히 생각합니다. 비용도 비용이지만 1학기에는 낭비되는 시간이 너무 많았거든요.
임베디드 프로그래밍인지, Frontend Programming인지

그나마 임베디드 소프트웨어는 3인 1조였고, 우여곡절에도 불구하고 거의 하루에서 이틀 내에 밤을 새며 해커톤 식으로 기본이 되는 기능을 간신히 구현할 수 있었습니다. Expo 프레임워크를 이용해 React Native로 제작한 앱, Svelte로 만든 시계 UI 등 다양한 프레임워크와 라이브러리를 넘나들며 어떻게든 시연할 수 있는 수준은 되었지만, 소프트웨어 품질은 담보하지 못했습니다. 중간 발표 때 구현하겠다고 약속했던 일부를 구현하지 못한 측면에서 상당한 감점도 받았습니다. 나중에 학교 인턴십 면접에서 setInterval의 정확도 문제로 질문이 들어와서, 감으로는 알고 있었지만 이론상 설명하지 못해 조금 더 이론을 탄탄히 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통신을 하라고 했지, Refactoring을 하라고 하진 않았는데요…

네트워크 프로그래밍은 이론 측면에서 아이러니하게도 컴퓨터 네트워크보다 좋은 내용이었지만, 대신 4년 전에 엉망으로 제출했던 자판기 프로그램을 고쳐서 소켓으로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구성해야 했습니다. 아직까지는 AI를 과제에 쓰지 않고 싶었던 저는, 일단 가급적 좋은 품질의 소스코드가 되도록 수동으로 고쳤습니다. 덕분에 제대로 동작하지 않았던 부분이나 낡고 오래되어 마이그레이션이 필요했던 부분은 해결했지만, 이 프로젝트의 핵심인 네트워크 통신 부분을 구현할 시간은 상대적으로 부족했습니다. 때문에 네트워크 부문의 많은 내용을 실제 구현까지 가져가지 못했고, 기존에 완성하지 못했던 프로젝트라도 나중에 사용할 계획이 조금이라도 예정되어 있다면 잊지 말고 미리 완성도를 높여 두어야 차질이 없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상기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은 모교에서 하고 싶었어요. 정말이에요.

와중에 우분투한국커뮤니티에서 추진 중인 지역 행사 활성화 차원에서 경상북도 포항에 위치한 한동대학교에 방문해 실습형 워크샵을 진행했습니다. 기말고사 며칠 전이라는 아슬아슬한 상황에 먼 거리를 달려 우리 학교도 아닌 다른 학교에 가서 강의 비슷한 것을 한다는 일이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한편으로 본래 3월 즈음 하기로 했던 일이 협의가 늦어져 6월에 하게 된 터라 늦어졌어도 어떻게든 성사시켜 주신 분들께 감사했어요. 결과적으로 2026년 현재는 잠시 추진 동력을 잃어 활동이 종료되었지만, 그때를 돌이켜 보면 주말에 외부인에게 학교를 개방한다는 쉽지 않은 문제에 적극적으로 협조해주신 김세진 교수님과 사업단, 포항시청 분들께 감사를 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감사와 별개로 졸업 작품의 완성도는 어땠을까요. 학기가 마무리되던 6월에도 여전히 저는 번역 플랫폼으로서 기본 기능을 채 갖추지도 못한 채로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캡스톤디자인 지원 프로그램도 결과 보고서는 작성하였지만 기간을 놓쳐 패널티만 간신히 면했습니다. 졸업을 앞둔 학생들에게 너그러우신 교수님 덕분에 산학캡스톤디자인의 학점은 나쁘지 않았지만, 1학기 평균 성적은 처음으로 4.0 벽을 깨고 3.95로 내려왔습니다. 아마도 이때, 잠시 쉬어갈 것을 더 절실하게 후회했던 것 같습니다.
2025년 3분기: 잠깐의 뿌듯함, 미로, 그리고 다시 개학
하지만 마지막 학기를 남겨두고 휴학을 결심하기에는 아쉬움이 많았습니다. 1년은 너무 길고, 6개월은 엇학기 복학이 되는 터라 듣고 싶은 전공 과목을 들을 수 없으니까요. 게다가 산학캡스톤디자인 과목의 성적이 나오면서 졸업 작품에 대한 대략의 평가는 마무리가 된 터였습니다. 이 작품을 바탕으로 논문을 작성해야 하니 결코 포기할 수는 없었지만요.
계절학기를 듣다
그렇다면 조금이라도 마지막 학기의 부담을 덜기 위해, 그리고 혹시나 발생할 초과학기가 없도록 졸업 요건을 맞출 필요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지난 겨울 다소 힘들었지만 한 과목 정도는 계절 학기를 듣기로 했습니다. 130이라는 졸업 학점과 매 학기 18 ~ 19학점을 들었던 점을 고려해 보면 계절 학기까지 동원해야 하는 상황이 다소 이상하게 들릴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일반 선택인 마이크로디그리로 12학점을 들었고, ICCAS 2024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전 AI를 공부해야 한다고 갑자기 일반 선택으로 딥러닝을 듣고, 꼭 채워야 하는 학점보다 3과목 정도 더 교양을 듣고, 전공 선택도 듣고 싶은 과목을 가급적 모두 신청하다 보니 졸업 조건은 안 채워졌는데 수업은 꽉 채워 들은 상태가 되었습니다. 그러고도 교육과정 편성과 달리 일부 학기에 개설되지 않아 결국 못 들은 과목이 몇 학점 있었으니 원통한 일입니다.


하지만 일주일에 두 세번이 아니라 주중 매일 나가야 하는 계절 학기에 새벽같이 나가 왕복 6시간 통학을 하는 일은 부담스럽기에, 기숙사를 신청해야 했습니다. 다만, 학교 기숙사가 아니라 상대적으로 시설 상태가 좋은 연합 기숙사를 선택했고, 매일 전철을 타고 통학하며 보냈습니다. 2021년 여름 방학 내내 연구실을 오가던 기억에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교양 강의실이 옥상 층에 있었고 낮 동안 햇빛과 열기를 고스란히 받아 에어컨이 제 역할을 충분히 해주지 못하는 바람에 의외로 어려웠습니다. 어중간한 오전 시간대에 배정된 강의다 보니 아침에 미리 에어컨이 켜져 있는 것도 아니며, 통풍이 되는 환경도 아니니 오히려 거리를 걷는 것보다 힘들었던 것 같아요. 찜통 더위로 시작해서 지낼만 한 온도가 되면 수업이 끝나는 일을 매일같이 반복하니 참 지치는 강의였습니다. 아마 계절 학기라는 이유로 한층 더 의욕이 없는 학생들을 이끌고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는 무더위에 강의하신 교수님께서 가장 힘드셨겠지만요.
컨퍼런스를 너무 많이 다녔나




계절학기가 마무리될 무렵에는 작년에 이어 소속된 우분투한국커뮤니티에서 UbuCon Korea 준비를 함께 하였고, 올해는 드디어 빠르게 매진되어 왔던 FEConf의 자원 봉사자에 선발되어[각주:2] 참가자 QR 인증을 돕거나 잃어버린 물건을 찾아 드리는 등 보람있는 경험을 했습니다. 또 PyCon Korea 2025에는 커뮤니티 후원사 자격으로 참가하기도 하였는데, 이처럼 개발자 컨퍼런스를 많이 간 해도 없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예전에는 그간 몰랐던 지식을, 또는 공부하기 위한 키워드를 얻으러 갔었는데, 이때는 그보단 네트워킹이 더 많은 비중을 가져갔으니 어떻게 보면 조금은 성장했나, 싶은 마음에 뿌듯하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네, 그렇습니다. 약간은 도피였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졸업 작품에 전혀 손을 못 대진 않아서 진전은 있었습니다. 다만 당시에 필요했던 작업양에는 크게 못 미쳤어요. 물론! 컨퍼런스 참가를 후회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단순 참가자로 참여하는 것과 관계자로서 행사의 크고 작은 부분에 관여하는 일은 체력적으로 다르기 마련이니까요. 그 점을 제가 좀 간과했어요.


게다가 공공기관과 함께하는 프로그램들이 모두 조금씩 지연되면서, 당초 1학기 중 또는 여름방학 초에 진행될 봉사활동 등이 모두 7 ~ 9월로 연기되었습니다. 충청남도 공공 데이터 포털 올담 모니터링 활동이라든지, 교내 SW 교육 봉사단 같은 활동이 여름방학 중 집중적으로 진행된 것입니다. 특히 올담의 경우엔, 발대식 날 본가에서 차도 일부가 잠길 정도로 비바람이 심한 바람에 단정한 옷차림을 갖추지 못해 부끄럽기도 했고요. 그래도 가능한 참여하는 활동에는 최선을 다했다고 자부합니다.
개학 후에는 학술제를 앞두고 마지막 기능 마무리를 진행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모든 기능이 완성된 것은 아니어서, 자원을 업로드하면 번역을 할 수 있고, 용어집을 관리할 수 있으며 승인과 거절을 할 수 있다, 는 것이었지만 적어도 시연은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 뿐이었습니다. 주제에 대한 후회는 없지만 일정 관리에 대해서는 정말 단단히 관리해야 앞으로 살아남을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2025년 4분기: 수미상관
4분기에는 대망의 학술제가 있습니다. 졸업 작품의 사형이 선고되는 날입니다.
항상 지도교수님께서는 격려해 주셨습니다. 잘 할 것이라 믿고, 걱정되지 않는다고 말씀해 주셨지요. 그만큼 성적도 너그러이 주셨지만 한켠으로는 그럴 수록 부족함이 드러나는 것 같아 가장 마음이 불편했던 학기였습니다.
11월의 학술제
연례적으로 교수님께서 저학년 학생들에게 작품의 자료구조를 조사해 오라고 과제를 내 주셨기에 종종 질문하는 후배들이 있었지만, 3가지를 답해 달라는 요청에는 제대로 응하지 못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고려하고 작성한 것은 아니지만, 마지막 제안이 가장 위에 오는 번역 제안 목록에는 스택을, 번역 자원에 대해서는 실제론 객체 한계상 배열 위에 부모 ID 속성을 담도록 했지만 부분적으로 그래프 구조를 의도했다고 볼 수 있겠고, 적용되지는 않았으나 향후 보안을 위해 각 프로젝트 및 자원 파일 ID는 해시 테이블 형태로 매칭이 될 예정이긴 했습니다. 어쨌거나 후배에게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은 선배가 되어 참 부끄러웠습니다.
교수님께서는 돌아가면서 평가를 보시되, 그간 발표 등으로 내용을 보신 바 있는 분들은 참여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리고 이전에 지도교수님께서 말씀하셨던 바와 같이, 저의 설명이 부족하였기 때문이겠으나 한 분께서는 프로젝트의 필요성부터 어떤 프로그램인지에 대한 이해에 어려움을 겪으셔서 불안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넘어가 주셨으나, 갑작스럽게 View Transition API 문제로 페이지 전환 속도가 극도로 느려진 탓에 성능 문제를 지적받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는 이전 테스트에서는 없었던 문제였는데, 학술제가 끝나고 생각해보니 학술제 직전 패키지 업데이트를 잘못하여 버그가 있는 버전으로 업데이트가 된 탓이었습니다. 일반적으로는 핵심적인 한 화면만 보여드리면 되었기에 알아차리지 못한 것이 비극이었습니다.
별개로 의외의 사람을 몇 명 만나기도 하였는데, 연구실에 있을 적 군대로 가 소식이 끊겼던 동기나 LinkedIn에서 우연히 알게 된 모 대기업에 다니는 후배(!)와도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이름만 들어본 터라 한 번에 알아보진 못해 미안할 따름입니다.
TOPCIT에서 수미상관을 만나다
지난 2021년 10월 처음 TOPCIT을 봤을 때, IBT(Interent based Test) 방식이 처음 도입되면서 서버 오류로 인해 한참동안 접속이 지연되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그래도 그 뒤로는 전혀 문제 없이 시험을 치룰 수 있었는데요, 이번이 학교에서 보는 마지막 TOPCIT이겠구나 하면서 그리움에 잠겨 있었더니 한 번 더 전산 사고가 났습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2021년에 어느 정도 틀이 잡힌 덕분인지, 이전에 비해서는 대응에 지침이 있는 듯하였습니다. 그래서 하염없이 기다리지는 않고 CBT로 전환하려고 했다가, 그때 즈음 시스템이 정상화되어 테스트 후 시험을 재개하였습니다. 21년도에도 담담하게 봤던 덕분인지 올해에도 전산 사고에 흔들리는 건 없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가장 쉬웠던 1학기 시험보다는 성적이 다소 내려갔지만 상위 10% 이내라든지, 교내 단체 응시자 중 최우수 성적은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역시 떨리긴 했습니다. 처음 시험을 봤을 때 예상을 상회하는 점수를 내 버린 탓에 그 뒤로도 계속 상위권을 유지해야만 할 것 같은 부담은, 없진 않았어요. 공동 1위였을 때는 마음을 졸였고, 또 그래프에서 꽤나 오른쪽 끝에 점수가 기록되어 있으니 언젠가는 장학금만 지급되는 교내 우수를 넘어 상장이 나오는 전국 우수를 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도 있었고요.[각주:3] 혹자에게 TOPCIT은 졸업 조건이라서, 가산점이라서, 보라고 해서 보는 시험일지 모르겠지만, 그리고 이 점수의 쓸모에 대해서는 저도 조금은 회의적이지만요. 적어도 학교에 다니면서 주늑들지 않고 힘을 낼 수 있는 원동력 중 하나였음은 분명합니다.
너라는 세계, 광주 디자인 비엔날레에 가보다

한참 학술제를 준비하고 있던 시기였지만, 조금 늦게 광주디자인비엔날레에 다녀왔습니다. 다른 게 아니라, 2025년 주제 "너라는 세계: YOU, THE WORLD"는 사람 중심적인 디자인에 대해 이야기하는 내용이었기에 프론트엔드 개발자로서 디자이너와 협업할 때, 개인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사용자 경험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조금은 배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재미있었습니다. 디자인이 주제인 전시이니 소프트웨어보다는 하드웨어가 훨씬 더 많은 비중을 가지고 있었지만, 애초에 하드웨어의 경험 개선을 목적으로 한 디자인이 소프트웨어에도 통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고 생각했기에 조금 더 열심히 봤던 것 같습니다. 이듬해 1월 대만에서 우산 대여 서비스 디자인 사례로 전시되어 있던 RainGo를 실제 MRT 역에서도 목격했을 때는 정말 반가웠어요.
조금 의외였던 점은 대기업 부스가 흔한 IT 전시회처럼 자리하고 있어 미묘했다는 점과 동시에 토스(비바리퍼블리카)에서도 접근성을 주제로 자사 애플리케이션 구현을 전시하고 있었습니다. 다만, 토스의 경우 주제는 잘 들어 맞았지만 Chrome 자체의 제스처 설정을 끄지 않은 채로 시연이 되는 바람에 자체 구현과 겹쳐 그다지 좋지 못한 체험 경험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래도 실제 애플리케이션은 모바일에서 동작하니 이러한 문제는 없겠지만요.

하나만 더, 주최 측에 아쉬움이 있다면 몇몇 전시물은 가까이 갈 수 없는데 글자 크기가 작아 안경을 챙겨갔음에도 설명을 제대로 읽기 힘들었습니다. 마지막 전시관에서는 설명판에 투명 아크릴을 이용해서 더욱 가독성이 나빴습니다. 홈페이지 메인 이미지에 대체 텍스트도 없었고요. 포용 디자인과 접근성을 소재로 한 전시였으니, 조금 더 신경을 써 주었으면 좋았을 것 같아요.
마지막 학기의 과목들
마지막 학기에는 총 10학점을 들었습니다. 그렇다고는 해도 하나는 논문 지도라 실질적으로 수업이 없으니, 전공을 아홉 학점 들은 셈입니다. 하나는 이번 학기 예외적으로 개설되지 못한 딥러닝을 대신해 들은 빅데이터 프로그래밍이었고, 두 번째는 마지막 학기에 새로 부임하신 교수님의 수업을 들어보고 싶어 신청한 영상처리였으며, 마지막으로는 2학년 때부터 호시탐탐 어슬렁어슬렁 들을 생각을 하고 있던 클라우드컴퓨팅이었습니다.
클라우드 컴퓨팅과 빅데이터 프로그래밍은 예상대로 프로젝트형 수업이어서, 졸업 작품의 부하를 줄이기 위해 개인 프로젝트인 "폐의약품 수거지도"를 재활용할 계획을 세웠습니다. 그래서 클라우드 컴퓨팅은 이 프로젝트를 기존 PaaS 환경에서 IaaS 환경으로 옮겨 자동 백업과 DB 재설계, 자동 배포 구축을 프로젝트 목표로 삼았고, 빅데이터 프로그래밍은 Python 기반으로 작성해야 해서 프로젝트 자체를 재활용하는 대신 프로젝트 진행 과정에서 모은 데이터를 이용해 통계를 PySide로 GUI 프로그래밍하여 보여주는 방향으로 작업했습니다.
중간 발표 때 클라우드 컴퓨팅은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아마도 다른 학우 분들과 달리 새 프로젝트를 만드는 것이 아닌, 기존 프로젝트의 환경을 분석해서 이를 새로운 유형의 환경으로 옮기는 계획이어서 조금은 신선하게 봐 주시지 않았나 생각이 듭니다. 다만 세 과목 모두 시험 성적은 중간까지는 잘 보다가도 기말에서 아슬아슬했습니다. 이전 학기들을 교훈 삼아 사전에 시간 분배를 해둔 덕에 11월까지 일부가 마무리되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익숙하지 않구나, 싶어 쓴웃음이 나오더군요.
한편으로 신임 교수님께서는 접근성이나 설명 가능한 AI 등을 연구 분야로 하시는 분이셨는데, 아마도 조금 더 일찍 오셨다면 교수님의 연구실에 들어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잠깐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22년의 저는 큰 틀에선 연구 분야도 달라졌고, 연구실의 새로운 식구들과 성향이 맞지 않아 복귀하지 않은 것이었으니까요. 다만 어디까지나 만약이지만 그랬다면 저는 HCI 프로그래밍 강의를 제때 듣고 안주해 버렸을지도 모릅니다. 마이크로디그리도, 디자인 비엔날레도 없었을지도요.
아, 연구실에서 석, 박사를 모집 중이신 교수님이시니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고요? 솔직히 안 흔들렸던 것은 아니지만, '연구'를 잘 할 자신도, 대학원에 진학한 동안 가족에 부담을 지우지 않고 생활할 자신도 없었습니다. 졸업 논문의 결론도 결국 과도한 목표 설정, 설계의 잘못으로 목표하는 바를 이루지 못했으니, 분할해 연구해야 한다. 였는 걸요.
조금 더: 마무리
26년 2월의 졸업식


그래도 결과적으로 마지막 학기에는 받아본 적 없는 학점과 석차를 받았습니다. 다들 취업 준비에 바쁜 시기이고, 학점을 줄여 듣는 상황이기에 유리했을 거라고 예상은 했으나 덕분에 누적 석차가 한 계단 올랐습니다. 졸업식에는 기대하지 않았지만 부상과 함께 교수님으로부터 성적 우수를 축하받을 수 있었습니다. 제 등수에서는 전례를 확인하지 못해서, 배려받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한편으로는 부끄럽기도 했습니다. 부족하고, 또 아쉬운 성과를 내온 내가 받아도 되는 것인지.
반면 연구실을 나온 이후 쭉 함께 다녔던 동기가 바로 앞 등수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에는, 그 숫자를 들었을 때는 조금 당연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요령있게 잘 해내어 나가는 친구였고, 효율적으로 하지만 모자람 없이 기한 내 제출할 줄 아는 사람이었으니까요. 학교를 다니는 동안 좋은 동기와 함께한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연구실에 잠시 발을 담궜던 기억이 계속 좋은 기억으로만 남아 주었습니다. 창업을 한다고 준비하고 있던데, 좋은 결과가 있으리라 믿어 의심하지 않습니다.

온전한 마지막은 아니겠으나 학생 신분으로 다니던 학교를 떠나며 마지막 추억을 좀 더 남기고 싶어, 졸업식 직전에는 일주일에 두 세번 꼴로 아침 식사 삼아 크로크무슈를 먹으러 가던 기숙사의 카페에 들렀습니다. 이번 겨울에는 학교에 경쟁 업체인 이디야 커피가 들어와, 겸하여 교내 모든 카페가 리모델링 공사에 들어갔는데 다행히 졸업식을 앞두고 가오픈이 예정되어 있어 학기 끝에 꼭 졸업식날 뵙겠다고 말씀드렸던 약속을 지키고 싶기도 했습니다.
비록 졸업식에는 크로크무슈를 먹지 않았지만, 낯선 인테리어와 상반되도록 반갑게 맞이해 주시는 사장님을 뵈었는데 지난 번 학기 끝에는 쿠키를 주시더니 이번에는 음료 값을 받지 않으려 하셔서 약간은 복잡한 마음이었습니다. 그래서 조금 후에 부모님과 함께 다시 인사를 드리고, 새로 음료를 주문하며 졸업식을 기다렸습니다.

졸업식이 끝난 후에는 학교의 일자리플러스센터에서 설문에 참여하면 주는 두바이쫀득쿠키를 받으러 갔습니다. 두바이쫀득쿠키, 그때만 해도 아직 유행이 완연히 끝나기에는 이른 시점이었거든요. 학교에선 어떻게 구했을까요. 이력서와 포트폴리오, 자기소개서 첨삭을 정말 많이 도와주셨던 컨설턴트 님과 이야기를 나누며 새해에는 좋은 소식 들려 드려야지, 같은 생각을 했습니다. 실제로 3월에는 어쩌다 보니 모든 기업에서 서류는 떨어지면서도 한 번은 최종 면접까지 간 기업도 있었는데…준비 부족을 여실히 느꼈습니다. 역시 실전은 다르구나.
마무리.진짜.최종_최종ver2.txt
회고가 늦어지면서 참으로 기억이 많이 흐릿해졌다 싶습니다. 글을 쓰는 일은 언제나 즐겁지만 이렇게 회고를 쓰고 있으면 너무 분량이 길어지니 미뤘던 걸까 싶어 올해 2분기부터는 분기별 내지는 반기별로 써볼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여기에 다 담지 못했던 일상적인 이야기들, 개별 대외 활동이나 프로젝트, 여행 같은 내용들을 언젠가 이 블로그에 다 담아 남겨야 할 텐데요.
3년치를 이렇게 짧은 간격으로 모아 정리하면서 만감이 교차했습니다. 생각보다 치열하게 살았고, 또 알면서도 부족하게 지냈으며, 때로는 후회를 알면서도 결국 같은 결말을 맞겠지 하는. 그런 추억들을 지나쳐 온 것 같습니다. 올해는 어떨까요. 적어도 도망을 잘 치는 사람으로 남지는 않게 지내는 것이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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